의료 이슈 · 1화
형사특례 초안, 왜 의사도 환자도 불만일까 — 행위 목록과 중과실 기준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의 형사특례 적용 대상인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과 중과실 심의 가이드라인 초안이 공개됐는데, 의료계와 환자단체 양쪽에서 불만이 나왔습니다. 의료계는 요건이 겹겹이라 재개정해야 한다고 하고, 환자단체는 더 풀어 주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며, 입법 쪽은 시행령을 어떻게 짜느냐가 승부처라고 봅니다.
MEDIDOCS 데이터팀 · 2026.10.24 · 읽는 시간 11분 · 검증 방법

의사는 "너무 좁다", 환자는 "이미 넓다"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의 형사특례 기준 초안이 나오자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동시에 불만을 내놓았습니다. 어느 한쪽 손을 들어 준 안이라면 보통 반대편만 시끄럽습니다. 이번에는 양쪽 모두에서 이 법이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공개된 문서는 두 가지입니다. 특례 대상이 되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를 행위 단위로 추린 목록, 그리고 특례에서 빠지는 '중과실'을 어떻게 판단할지 담은 심의 가이드라인 초안입니다. 그동안 법 조문에는 '고위험', '필수의료', '중과실' 같은 단어만 있었고, 병원마다 사람마다 그 뜻을 다르게 읽었습니다. 이번 초안은 그 추상적인 말을 실제 의료행위와 과실 유형으로 옮기려는 첫 본격적인 시도입니다. 비슷한 때에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보상을 넓히는 방안도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의료진 과실 없이 생긴 사고의 피해를 국가가 메워 주는 범위를 넓히겠다는 내용입니다.
의료계가 문제 삼는 건 요건이 겹겹이 걸려 있다는 점입니다. 목록에 오른 행위여야 하고, 중과실이 아니어야 하고, 그 밖의 절차 요건까지 갖춰야 합니다. 실제 사고 현장에서 이걸 다 통과하는 경우가 드물 거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래서 하위법령을 손보는 것으로는 모자라고 법을 다시 고쳐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집니다.
환자단체는 거꾸로 봅니다. 형사특례는 애초에 피해자가 형사 절차로 책임을 묻는 길을 일부 좁히는 제도이고, 요건이 느슨해지면 그만큼 피해자의 권리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이미 의료진 쪽으로 무게가 실린 제도를 더 풀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으로 읽힙니다.
입법을 이끈 쪽은 법 조문보다 시행령을 어떻게 짜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김윤 의원은 의료계가 걱정하는 상황이 시행령만 잘 만들면 현실화될 일은 거의 없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법을 또 고치기보다 하위법령에서 모호한 부분을 걸러 내자는 쪽입니다.
세 입장이 부딪히는 지점은 결국 모호성 하나입니다. 어떤 행위가 고위험 필수의료에 들어가는지, 어떤 실수가 중과실로 분류되는지 분명하지 않으면 의사는 보호받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환자는 반대로 책임 규명이 막힐까 걱정합니다. 하위법령 보완과 재개정을 함께 검토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불확실성과 맞물린 것으로 보입니다.
분만실·응급실의 부담을 법 조문에 다 담지 못한 사정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사고가 났을 때 소송까지 가지 않고 조정·중재로 분쟁을 풀고, 피해 구제 절차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조정 절차도 피해구제 제도도 있었지만, 의료진이 형사 고소를 걱정하는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습니다.
이 부담이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 곳은 분만, 응급, 중증 수술처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위험이 큰 진료 분야입니다. 사고가 나면 형사 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압박은 오래전부터 전공 기피와 인력 이탈의 원인으로 꼽혀 왔습니다. 이번 형사특례는 이 필수의료 분야의 짐을 덜어 주려는 정책 의도와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특례 범위를 법률에 모두 적어 넣을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대상 행위와 중과실 판단 기준은 하위법령과 가이드라인에 맡겨졌습니다. 같은 법이라도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가 크게 달라지는 구조이고, 지금 공방이 시행령 초안을 두고 벌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보상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과실을 따지기 어렵거나 과실이 아예 없는 사고에서 피해자가 구제받지 못하는 공백을 메우려는 제도인데, 적용 범위가 좁다는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이번 확대 방안은 형사 책임 문제와 별개로 피해 회복의 길을 넓히려는 시도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의료사고 진실 규명과 의사·환자 보호를 한데 묶은 안전망 구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목록 한 줄이 바꿀 병원의 기록실과 장비 목록
병원에서 가장 먼저 달라질 곳은 기록과 절차 관리입니다. 특례 여부가 특정 행위 목록과 중과실 판단으로 갈린다면, 시술 전 설명과 동의, 진료 과정 기록, 사고 직후 대응 절차가 지금보다 훨씬 무거워집니다. 고위험 진료를 하는 진료과를 중심으로 경영진과 실무 부서가 내부 지침과 교육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이나 개원을 준비하는 의사라면 내 주요 진료가 목록에 들어가느냐가 당장의 관심사입니다. 목록에 들면 형사 부담이 다소 줄 수 있지만, 빠진 행위는 예전과 똑같은 위험을 안고 갑니다. 이 차이가 어느 진료과에 지원할지, 고위험 시술을 계속할지 같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의료기기 쪽에도 간접적인 파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안전 관리와 기록이 중시되면 환자 감시, 진료 기록 연계, 사고 예방과 관련된 장비와 시스템에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하위법령이 확정되기 전이라 수요가 달라진다고 단정하기는 이르고, 기관마다 진료 구성과 위험 수준에 맞춰 따져 볼 문제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국가보상 확대가 구제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사고에서도 일정한 보상을 받을 길이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형사특례가 넓게 적용되면 형사 절차로 진상을 밝히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조정 절차에서 사고 경위를 얼마나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느냐가 환자의 신뢰를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가장 먼저 볼 것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의 최종 모양입니다. 너무 좁게 잡으면 특례는 이름만 남고, 너무 넓게 잡으면 필수의료 지원이라는 취지가 흐려지면서 환자단체의 반발이 커질 수 있습니다. 목록을 주기적으로 고치는 절차가 들어가는지도 중요한 대목입니다.
중과실 심의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구체적이냐도 관건입니다. 중과실 유형이 사례와 판단 기준으로 충분히 풀려 있어야 의료진은 예측할 수 있고, 환자는 무거운 잘못이 특례 뒤에 숨지 않는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누가 어떤 절차로 심의하는지, 그 과정에 환자 측 시각이 어떻게 들어가는지도 지켜볼 부분입니다.
국가보상은 대상과 재원이 관심사입니다. 확대 방안의 윤곽은 나왔지만 어떤 사고까지 포함하는지, 보상 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신청 절차는 얼마나 쉬운지에 따라 체감 효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원을 국가가 얼마나 대고 의료기관이 얼마나 나눠 지는지는 병원 경영에도 직접 걸리는 문제입니다.
재개정 논의가 실제로 이어질지도 봐야 합니다. 의료계는 법 개정을, 입법 쪽은 시행령 보완을 앞세우고 있어 당분간은 하위법령 의견 수렴 과정에서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방어 진료를 줄이면서도 환자가 진실을 밝힐 권리는 지키는 균형점을 찾는 일이 이 법에 아직 남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의 형사특례는 모든 의료사고에 적용되나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공개된 초안에 따르면 특례 대상은 따로 추린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한정되고, 중과실로 판단되면 특례에서 빠지는 구조입니다. 구체적인 기준은 하위법령과 심의 가이드라인이 확정돼야 분명해집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왜 정반대 평가를 내놓나요?
의료계는 요건이 겹겹이 걸려 있어 실제로 보호받는 경우가 드물 거라며 재개정을 요구합니다. 환자단체는 특례가 피해자의 형사 절차 접근을 좁히는 제도인 만큼 더 완화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입법 쪽은 시행령을 잘 다듬으면 우려가 대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봅니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보상이 넓어지면 환자에게 무엇이 달라지나요?
과실을 따지기 어렵거나 과실이 없는 사고에서도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넓어집니다. 다만 대상 사고의 범위, 보상 수준, 신청 절차는 아직 윤곽만 나온 단계라 최종안을 지켜봐야 합니다. 개별 사고가 해당하는지는 관련 조정 기관에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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