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이슈 · 3화

인공무릎관절 시뮬레이션 평가 사례 공개, 인허가 근거로 어디까지 쓰일까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KBIOHealth)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공무릎관절의 전산 모델링·시뮬레이션(CM&S) 신뢰성 평가 사례를 담은 자료집을 추가로 펴냈습니다. 이를 계기로 시뮬레이션 자료를 인허가 근거로 어디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업체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한계가 남는지를 정리했습니다.

MEDIDOCS 데이터팀 · 2026.10.26 · 읽는 시간 9분 · 검증 방법

쌓여 있는 신문
참고 사진(이 글의 특정 기관·모델이 아님) · 사진: Pixabay, CC0, 위키미디어 공용

이번에 무엇이 공개됐나?

최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KBIOHealth)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기기 전산 모델링·시뮬레이션(CM&S) 신뢰성 평가 자료집을 새로 펴냈다. 여러 매체의 보도 제목을 종합하면 이번 자료집은 인공무릎관절을 대상으로 한 CM&S 신뢰성 평가 사례 여러 종을 담고 있다. 제목에 '추가 공개'라는 표현이 쓰인 것으로 보아, 앞서 나온 자료에 이어 사례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CM&S는 의료기기와 인체의 형상, 재료 특성, 하중 조건 같은 요소를 컴퓨터 안에 수학적 모델로 만들고, 기기가 어떻게 움직이고 견디는지를 예측하는 기법이다. 실제 시편을 만들어 시험기에 걸어 보는 벤치 시험이나 동물·임상 시험과 달리, 조건을 바꿔 가며 계산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시뮬레이션 결과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는 모델을 어떻게 만들고 검증했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그래서 규제기관은 '시뮬레이션을 했는가'보다 '그 결과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를 따진다. 이번 자료집 이름에 '신뢰성 평가'라는 말이 붙은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도 제목만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누가 펴냈는지, 대상 품목이 인공무릎관절이라는 점, 사례 중심의 자료라는 점 정도다. 사례마다 어떤 해석 조건과 적용 범위를 다뤘는지는 자료집 원문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 글은 그 의미와 맥락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시뮬레이션 자료는 인허가 근거로 어디까지 인정받을 수 있나?

가장 큰 쟁점은 CM&S 결과가 인허가 심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다. 일반적으로 시뮬레이션은 시험을 통째로 대신하기보다 보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시험 조건 가운데 가장 불리한 경우를 골라내거나, 크기와 형상이 다양한 제품군에서 시험할 대표 모델을 정하거나, 시험 결과를 설명하는 근거로 쓰이는 식이다.

업계는 이번 사례 공개를 반기는 분위기다. 인공관절처럼 크기와 구성 요소의 조합이 많은 제품은 모든 조합을 실제로 시험하기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신뢰성 평가의 틀이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되면 '어느 수준까지 준비하면 심사에서 받아들여질지'를 미리 가늠할 수 있다. 그만큼 시험 항목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여지도 생길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안전성을 중시하는 쪽은 신중하다. 모든 모델은 현실을 단순화하는 가정 위에 서 있고, 재료 물성이나 하중 같은 입력값에는 불확실성이 따른다. 환자마다 해부학적 구조와 활동량이 다르고 인체 안에서의 장기적인 변화도 모델로 완전히 재현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시뮬레이션 결과를 믿을 수 있는 범위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는 위험도 기반 접근이 논의돼 왔다. 모델을 어떤 질문에 답하려고 쓰는지(사용 맥락), 그 결과가 허가 판단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에 따라 요구하는 검증 수준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시뮬레이션 결과가 판단에 미치는 비중이 클수록 더 엄격한 검증을 요구하는 구조다.

의료 현장과 환자 쪽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온다. 인허가가 효율화되면 새로운 기기를 더 빨리 쓸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근거의 질이 떨어지면 안 된다는 우려도 크다. 결국 시뮬레이션을 근거로 쓰되 그 한계까지 투명하게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균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집은 이 균형점에 대한 감각을 규제기관과 업계가 함께 나누는 도구로 볼 수 있다.

CM&S 신뢰성 평가는 어떤 제도적 흐름에서 나왔나?

CM&S를 규제 근거로 쓰려는 움직임은 국내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해외 규제기관은 오래전부터 CM&S를 규제과학의 중요한 분야로 다뤄 왔다. 공학계에서도 모델의 검증과 확인(V&V) 절차를 표준화하려는 작업이 이어져 왔다. 모델이 수식을 제대로 풀고 있는지(검증), 그 결과가 실제 현상과 맞는지(확인)를 단계별로 따지는 방식이다.

이런 국제적 흐름에 비추어 보면, 국내에서도 시뮬레이션 자료를 심사에 활용하기 위한 공통 언어를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번 자료가 '추가 공개' 형태로 나왔다는 점은 관련 자료가 한 번에 완성되기보다 단계적으로 쌓이고 있음을 보여 준다.

KBIOHealth는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에서 의료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이다. 규제기관인 식약처와 함께 자료집을 펴냈다는 것은 업계가 실제로 참고할 수 있는 실무형 자료를 만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규제기관이 단독으로 내는 지침보다 구체적인 해석 과정을 보여 주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인공무릎관절이 대상 품목이 된 배경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인공무릎관절은 체중을 지탱하며 오랜 기간 몸 안에 머무는 이식형 기기라 기계적 안전성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 제품마다 크기와 구성이 다양해 시뮬레이션을 활용할 여지도 크다. 이런 특성 때문에 CM&S 적용 사례를 보여 주기에 알맞은 품목으로 선택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체·병원·환자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시험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제품의 용도와 위험도, 시뮬레이션이 맡는 역할, 개별 심사 판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시험을 없애기보다 시험 설계를 합리화하는 쪽에서 효과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조합 시험을 줄이고, 꼭 필요한 조건에 시험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국내 업체가 준비해야 할 것은 우선 모델 구축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는 일이다. 형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재료 물성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하중과 경계 조건을 어떻게 정했는지, 요소망을 얼마나 촘촘하게 나눠야 결과가 안정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시험 결과와 비교해 모델이 현실을 얼마나 잘 따라가는지 보여 주는 확인 자료도 갖춰야 한다. 입력값의 불확실성이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한 자료도 필요하다.

그다음으로는 모델의 사용 맥락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 이 시뮬레이션이 어떤 질문에 답하기 위한 것인지, 그 결과가 허가 판단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처음부터 정의해 두어야 필요한 검증 수준을 정할 수 있다. 개발 초기부터 인허가 전략과 해석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 인력과 해석 소프트웨어, 검증용 시험 설비를 갖추는 데에는 적잖은 투자가 필요하다. 중소 규모 업체에는 이 부분이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공공기관이 사례집을 펴내고 기술 지원에 나서는 것은 이런 격차를 줄이는 데 의미가 있다.

병원 구매 담당자에게는 허가 근거의 종류가 다양해진다는 점이 변화다. 구매를 검토할 때 기기의 허가 근거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이해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질 수 있다. 환자가 당장 체감할 변화는 크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근거의 질이 유지되는 범위에서 새 기기를 더 빨리 쓸 수 있는 여건과 연결될 수 있다.

남은 한계와 앞으로 지켜볼 점은?

시뮬레이션의 한계는 분명하다. 뼈와 연부조직의 생물학적 반응, 장기간에 걸친 마모 입자와 주변 조직의 상호작용, 환자의 생활 습관에 따른 하중 변화는 모델로 충분히 재현하기 어렵다. 이런 영역에서는 여전히 실제 시험과 임상 근거가 핵심이다. 시뮬레이션은 이를 보완하는 도구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사례집의 성격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사례집은 대체로 참고 자료 성격을 띠는 것으로 보이며, 개별 제품의 심사 결과는 각 제품의 자료와 맥락에 따라 따로 판단된다. 사례와 비슷하게 준비했다고 해서 같은 결론이 나온다고 단정할 수 없다. 앞으로는 심사 현장에서 판단이 얼마나 일관되게 이뤄지는지가 업계의 신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지켜볼 점은 여러 가지다. 먼저 인공무릎관절 외에 인공고관절, 척추 임플란트, 혈관용 기기 등 다른 품목으로 사례가 넓어질지가 관심이다. 또 시뮬레이션 자료가 실제 허가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졌는지 공개되는 사례가 늘어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국제 조화도 중요한 과제다. 국내 업체가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국내에서 준비한 시뮬레이션 자료가 해외 규제기관에서도 통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신뢰성 평가 틀이 국제 표준 흐름과 얼마나 맞물려 발전하는지에 따라 이번 자료집의 실질적인 효용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주 묻는 질문

CM&S 자료만으로 의료기기 허가를 받을 수 있나요?

일반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시뮬레이션은 시험 조건 선정, 대표 모델 선정, 시험 결과 보완 같은 보조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정도까지 인정받을지는 제품의 위험도와 모델의 사용 맥락, 검증 수준, 개별 심사 판단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번 자료집을 따르면 인허가 심사 통과가 확실해지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례집은 신뢰성 평가를 어떻게 하는지 보여 주는 참고 자료 성격으로 보입니다. 개별 제품은 각자의 자료와 맥락에 따라 따로 심사를 받습니다. 사례를 참고하더라도 자사 제품에 맞는 검증 자료는 따로 갖춰야 합니다.

업체는 시뮬레이션 자료를 준비할 때 무엇을 챙겨야 하나요?

모델의 사용 맥락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그다음 형상·재료 물성·하중과 경계 조건을 어떻게 정했는지, 요소망을 어떻게 나눴는지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실제 시험과 비교한 확인 자료와 불확실성 분석 자료도 필요합니다. 개발 초기부터 인허가 전략과 해석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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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언론 보도 제목을 단서로 MEDIDOCS 편집팀이 쟁점을 정리한 해설입니다. 사실관계와 세부 내용은 각 기사 원문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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