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이슈 · 13화

신생아 복막투석 카테터, 허가 대신 긴급도입으로 들여온 이유

의사들이 요청한 신생아·소아용 복막투석 카테터와 튜브가 식약처의 긴급도입 의료기기로 지정돼 국내 품목허가 절차 없이 들여올 수 있게 됐다. 환자가 적어 수익이 나지 않는 필수의료 기기가 시장에서 빠져 있던 구조가 드러났고, 앞으로 공급이 끊기지 않을지와 건강보험 비용 처리, 병원 현장 준비가 과제로 남았다.

MEDIDOCS 데이터팀 · 2026.11.06 · 읽는 시간 13분 · 검증 방법

신문을 펼쳐 읽는 사람
참고 사진(이 글의 특정 기관·모델이 아님) · 사진: Roman Kraft romankraft, CC0, 위키미디어 공용

업체가 아니라 의사가 먼저 요청한 기기

이번에 식약처가 긴급도입 의료기기로 지정한 신생아·소아용 복막투석 카테터와 튜브는 시작부터 특이합니다. 제조사나 수입사가 시장에 내놓겠다며 들고 온 품목이 아닙니다. 아픈 아기를 치료하던 의사들이 이 기기가 없어서 치료를 제대로 못 한다며 먼저 요청했습니다. 여러 매체가 제목에 '의사가 요청한'이라는 말을 넣은 것도 그래서로 보입니다.

복막투석은 배 안에 가는 관인 카테터를 넣고, 이 관으로 투석액을 넣었다 빼는 치료입니다. 이때 복막이 거름막 노릇을 해서 노폐물과 남는 수분이 빠져나갑니다. 튜브는 투석액 주머니와 카테터를 잇는 연결 라인입니다. 성인에게는 만성 신부전 환자가 집에서 하는 치료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번 지정은 대상이 다릅니다. 기사들이 짚은 대로 중증 급성 신손상, 그러니까 콩팥 기능이 갑자기 무너진 신생아와 소아를 위한 기기입니다.

아기에게 복막투석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혈액투석이나 지속적 신대체요법을 하려면 혈관에 관을 꽂아 피를 몸 밖으로 돌려야 합니다. 그런데 체구가 작은 아기는 혈관이 가늘고 몸속 혈액량도 적어서, 피를 몸 밖으로 돌리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신생아·소아 진료 현장에서는 복막투석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꼽혀 왔습니다. 문제는 아기 몸에 맞는 크기의 카테터와 튜브를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성인용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테터의 길이와 굵기, 고정 부위의 위치, 연결부에 고이는 액체의 양이 체구에 맞지 않으면 투석액이 새거나, 감염이 생기거나, 액이 잘 빠지지 않을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연결 튜브 속 액체량도 몸무게가 작은 아기에게는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입니다. 그동안 현장에서 어떻게 버텨 왔는지는 기사 제목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맞는 기기가 없으면 의료진이 고를 수 있는 길이 좁아진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환자가 적을수록 기기는 시장에서 빠진다

그렇다면 왜 국내에 없었을까요. 한 매체는 제목에 '수익성에 밀린 필수의료'라는 표현을 썼는데, 구조 자체는 단순합니다. 급성 신손상으로 복막투석이 필요한 신생아와 소아는 원래 많지 않습니다. 이런 환자를 볼 수 있는 병원도 소아 중환자 진료 역량을 갖춘 곳으로 한정되는 게 보통입니다. 팔 수 있는 물량이 처음부터 작은 시장입니다.

반면 정식으로 들여오는 데 드는 비용은 판매량과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품목허가에 필요한 자료를 갖추고, 국내 품질관리 체계를 맞추고, 보험 등재를 신청하고, 유통과 보관 체계까지 꾸려야 합니다. 이 고정비는 많이 팔든 적게 팔든 비슷하게 들어갑니다. 기대 매출이 작은 품목이라면 수입사가 손익을 따져 보고 들여오지 않기로 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판단입니다.

재고 부담도 있습니다. 카테터와 튜브는 멸균된 일회용 제품이라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언제 필요할지 모르는 품목을 창고에 쌓아 두면 쓰지 못하고 버리는 물량이 생깁니다. 그 손실은 업체도 병원도 떠안기 싫어합니다. 결국 '필요할 때 바로 있어야 하지만 평소에는 거의 안 나가는' 품목이 시장에서 가장 먼저 빠지는 구조입니다.

이 문제는 소아용 의료기기 전반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소아 필수의료를 논의할 때마다 소아 전용 크기의 기기가 성인용보다 늦게 들어오거나 아예 국내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번 사례는 그 공백이 실제 치료 현장의 빈자리로 이어졌고, 결국 행정 조치로 메운 경우로 풀이됩니다. 시장이 스스로 채우지 못한 부분을 제도가 대신 채운 셈입니다.

허가는 건너뛰었지만 공급과 수가는 아직 빈칸

긴급도입 의료기기 제도는 국내에 허가된 제품이 없거나 공급이 끊겨 대체 수단이 마땅치 않을 때 쓰는 장치입니다. 식약처가 필요성을 인정해 지정하면 품목허가 절차 없이 들여와 쓸 수 있습니다. 실제 수입과 공급은 업체가 아니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같은 공공 창구가 맡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일부 기사 제목에 '추가', '신규 지정'이라는 말이 붙은 것을 보면, 이번 품목은 기존 지정 목록에 새로 더해진 것으로 읽힙니다.

입장에 따라 이 조치를 보는 시각은 조금씩 다릅니다. 소아 진료 현장에서는 오래 기다린 조치로 반기는 분위기가 읽힙니다. 안전 관리 쪽에서는 신중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국내 허가 심사를 거치지 않고 들어오는 만큼, 해외에서 쓰이는 제품이라도 국내 사용 경험이 쌓이기 전까지는 이상사례를 모으고 추적하는 일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접근성과 안전 관리 가운데 어느 한쪽만 고를 일은 아니고, 지정 이후의 관리 체계가 둘 사이의 균형을 잡게 됩니다.

공급이 계속 이어질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긴급도입 지정은 '들여와도 된다'는 허락이지 '앞으로도 계속 들어온다'는 약속이 아닙니다. 해외 제조사가 생산을 줄이거나 단종하면 국내 물량도 함께 흔들립니다. 국제 운송에 걸리는 시간도 변수입니다. 급성 신손상은 몇 시간 단위로 대응해야 하는 응급 상황이라, 주문한 뒤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곧 치료 공백이 될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 비용 처리도 아직 열린 질문입니다. 정식으로 허가받아 급여에 등재된 치료재료가 아니면 비용을 어떻게 산정할지가 애매해집니다. 그러면 병원이 비용을 떠안거나 보호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관련 제도 논의에서 되풀이돼 왔습니다. 이번 품목에 어떤 보상 방식이 적용될지는 기사 제목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긴급도입이 응급 처방일 뿐 시장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소아용·희소 기기에 허가 심사를 간소화하거나 수가를 따로 얹어 주는 식의 유인이 함께 가야 정식 공급이 자리 잡는다는 주장입니다. 재정 당국은 환자가 적은 기기에 별도 가산을 어떤 기준으로 줄지 정하는 게 부담일 수 있습니다. 모든 희소 품목을 같은 방식으로 다룰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신생아중환자실 선반에 실제로 놓이기까지

병원 구매 담당자에게 이번 지정은 '이제 살 수 있다'로 끝나는 소식이 아닙니다. 긴급도입 품목은 일반 구매 경로와 다른 절차로 신청하고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한 뒤 보고해야 할 사항이 붙을 수도 있습니다. 아기가 실려 온 그날 밤에 처음 절차를 알아보기 시작하면 이미 늦습니다. 신청 창구와 필요한 서류,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평소에 확인해 두는 게 현실적인 준비입니다.

재고를 어떻게 둘지도 정해야 합니다. 병원마다 늘 갖춰 둘지, 필요할 때마다 요청할지에 따라 응급 대응 속도와 폐기 손실이 서로 반대로 움직입니다. 유효기간이 지나 버리는 물량을 누가 부담할지가 정리되지 않으면 병원은 보유를 망설이게 됩니다. 소아 중환자를 주로 보는 병원을 중심으로 물량을 나눠 두는 방식 같은 논의가 뒤따를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기기만 들어온다고 치료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아기 배에 카테터를 넣을 의료진, 투석 과정을 시간 단위로 관리할 간호 인력, 감염과 체액 균형을 지켜볼 팀이 있어야 합니다. 소아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와 맞물리면, 기기가 있어도 쓸 수 있는 곳은 결국 제한될 수 있습니다. 새 기기에 맞춘 교육과 사용 절차를 갖추는 일도 병원 몫으로 남습니다.

의료기기 업계에는 소아 전용 품목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신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정부가 수익성 밖에 있는 기기의 공백을 직접 확인하고 메웠다는 점에서, 앞으로 비슷한 소아용 품목에 공공 조달이나 제도적 유인을 붙이는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긴급도입이 반복되기만 하면 업체가 정식 허가를 받을 동기는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따져 볼 만합니다.

당장 지켜볼 것은 몇 가지입니다. 실제로 병원에 공급이 시작되는 시점,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결정, 사용 경험이 쌓인 뒤 정식 허가로 넘어갈 길이 열리는지 여부입니다. 비슷한 처지의 다른 소아용 기기가 뒤이어 지정되는지도 봐야 합니다. 이번 지정이 일회성 구제로 끝날지, 소아 필수의료 기기를 꾸준히 공급하는 체계의 출발점이 될지는 이런 후속 조치에 달려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긴급도입 의료기기로 지정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국내에 허가된 대체품이 없을 때 식약처가 필요성을 인정해 지정하면, 품목허가 절차 없이 해외 제품을 들여와 쓸 수 있습니다. 보통 공공 공급 창구를 통해 들여옵니다. 다만 지정은 들여올 수 있는 길을 연 것일 뿐입니다. 물량이 계속 들어올지,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따로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신생아나 소아에게는 왜 복막투석을 쓰나요?

혈액투석처럼 피를 몸 밖으로 돌리는 치료는 혈관이 가늘고 혈액량이 적은 아기에게 부담이 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복막을 거름막으로 쓰는 복막투석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꼽혀 왔습니다. 실제로 어떤 치료를 할지는 아이의 상태를 보고 담당 의료진이 정합니다.

환자 가족이 부담하는 비용은 어떻게 되나요?

이번에 지정된 카테터와 튜브에 건강보험이 어떻게 적용될지는 지금까지 나온 보도 제목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허가와 급여 등재를 거치지 않은 치료재료는 비용 처리 방식이 따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속 발표를 지켜보고, 구체적인 사항은 치료받는 병원에 확인하는 게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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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언론 보도 제목을 단서로 MEDIDOCS 편집팀이 쟁점을 정리한 해설입니다. 사실관계와 세부 내용은 각 기사 원문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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